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차가 하나 남아서 평일에 가덕도 갯바위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평일의 가덕도 갯바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조과는 어땠는지 기록해 보겠습니다.
2022년 12월 20일 가덕도 갈미방파제 출조 (대상어 감성돔)
- 첫 캐스팅 05:30 / 철수시각 15:00
- 만조시각 06:15 / 간조시각 12:05
- 최저기온 3도 / 최고기온 8도
- 물때 4물 / 수온 9도 / 북서풍 0.1m/s
- 조과 고등어 떼
03:40 AM
알람소리에 깜짝 놀라 시계를 보고는 머리를 쥐어박았다. 두 시 반 알람을 끄고 한 시간이나 더 잤다. 가덕도는 4시 첫 배 타려고 1시부터 기다리는 곳인데 자리가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오늘은 평일이라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도 늦게 일어난 사실이 영 마음에 걸린다. 서두르면 5시 배는 탈 수 있겠다 싶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대충 세수랑 양치만 한다. 내 방으로 가서 내복, 내피, 낚시복 순으로 주섬주섬 껴입는다. 처음 갯바위 갈 때는 새벽에 일어나서 뭐부터 챙겨야 하나 하고 멍했는데 점점 익숙해져서 준비시간이 짧아진다. 다행히 짐은 전날 미리 차에 실어놔서 집을 나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능한 집사람이 깨지 않게 나가려고 현관문을 살짝 소리가 나지 않게 닫아보지만 고요한 새벽의 공기에 도어록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04:00 AM
목적지인 천성항까지는 1시간 정도. 하지만 도로에 차가 없어서 네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할 것이다. 가는 길에 피싱마트21에 들려서 밑밥과 미끼를 좀 사서 가야겠다. 곰내터널을 빠져나와 창문을 열어보니 공기가 많이 차갑지는 않다. 새벽기온은 3도이지만 옷을 많이 껴입어서 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요 며칠 계속된 한파로 수온이 9도까지 내려간 탓에 감성돔 입질받기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든다.
04:52 AM
도착하자마자 낚시점 앞에 주차를 하고 승선명부부터 적는다. 한쪽어깨에 로드케이스를 메고 양손에 바칸과 밑밥을 챙겨서 선착장으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나를 포함해서 9분의 조사님들이 5시 배를 타고 출조를 나선다. 낚싯배가 도착하는 포인트마다 이미 낚시를 시작한 조사님들로 북적인다. 잠을 포기하고 부지런히 움직인 보상으로 좋은 포인트에서 낚시할 이점을 얻는다.
05:22 AM
조금 덜 부지런한 나는 대갈미 38번 자리에 내렸다. 처음 내리는 자리인데 직벽포인트에 발판이 좁은 편이다. 짐을 어디 둬야 하나 두리번두리번하고 있으니 선장님이 "머리 위에 짐 놔두시면 됩니다" 하고 확성기로 알려주신다. 그제야 위쪽에 짐 놔둘 공간이 보인다.
로드케이스를 위 공간에 올려두고 바칸이랑 밑밥통 자리를 잡는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좁지만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희한하게 들어맞는 자리가 있다. 좌우측으로는 이미 낚시를 시작하신 조사님들의 전자찌가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닌다. 포인트를 잠시 둘러보니 오른쪽은 테트라포트로 막혀있고 앞으로는 중갈미가 보인다. 테트라가 홈통 역할을 해줘서 그런지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잔잔한 바다 위로 별들이 빛나고 있다. 얼마 만에 보는 별인지.
갈미방파제 지형탐사
포인트 도착하면 무작정 1호 찌 달아서 투척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좀 배웠다고 부채꼴로 수심을 체크해 본다. 수심을 9미터로 맞추고 30미터 정도 캐스팅해보니 전자찌가 50cm 정도 가라앉는다. 릴링해서 찌를 10미터 당겨와서 다시 원줄을 방출해도 살짝 비슷하게 가라앉는다. 바닥지형이 평탄해서 수중여가 어디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0미터 앞까지 당겨오자 찌가 수면으로 뜨는 걸 보니 직벽 라인 그대로 10미터 수심까지 깊어지는 포인트다. 수심을 10미터 맞추고 멀리 캐스팅해서 당겨오는 낚시로 시작하자. 어느 지점에서 수중여를 만나 밑걸림이 생기거나 아니면 발 앞까지 와서 밑걸림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겠지. 밑걸림이 생기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보려고 한다.
06:15 AM
느긋느긋 하다 보니 어느새 동이 터 온다. 왼쪽에서 낚시 중인 조사님들의 실루엣이 참 멋있어 보인다. 조류는 캐스팅 방향에서 좌측으로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온다. 끝들물이니까 반대쪽 중갈미 갯바위를 타고 테트라를 돌아 빠져나가는 조류의 흐름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물은 나가는 흐름이 있으면 반드시 들어오는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타고 감성돔은 회유한다. 이 포인트는 조류가 강하고 기상조건이 안 좋을 때 감성돔들의 피난처 역할을 할 것 같다. 바칸에 담가둔 백크릴이 아직 녹지 않아 옥수수 미끼로 낚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어떤 생명체의 입질도 느껴지지 않았다. 쎄하군.
10:00 AM
밑밥은 크릴4집어제2 세트밑밥을 말아와서 물을 안 섞고 그대로 쓴다. 그 편이 원투 하기에 점도가 딱 좋기도 하고 잘 풀어지지 않아 바닥까지 속공으로 내려간다. 밑밥을 꾹꾹 눌러서 단단하게 다지고 품질을 해본다. 밑밥이 주걱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밑밥의 무게가 오른손에 그대로 느껴진다. 원하는 위치에 밑밥이 퐁 하고 떨어지면 오늘 하루 낚시가 잘 될 거 같은 착각마저 든다.
밑밥이 수면에 떨어지자마자 고등어 떼가 쏜살같이 달려든다. 고등어가 어찌나 많은지 달려드는 고등어 떼에 원줄이 부딪혀 찌가 춤을 춘다. 오전부터 반쯤 녹은 크릴미끼를 사용했더니 채비가 정렬되기도 전에 고등어가 찌를 물속으로 가져가버린다. 요즘은 고등어 입질마저 반가운 계절이라 서너 마리 잡아서 바칸에 담았다가 금세 시들시들해진 녀석들을 다시 풀어줬다. 기포기 켜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중날물이 되니 물이 테트라 쪽으로 조금씩 흐른다. 테트라포트 사이에 숨어있는 감성돔이 있을까 싶어 옥수수미끼를 달고 계속 흘려보지만 옥수수가 그대로 살아온다. 만조 수심 그대로 낚시를 하는데도 밑걸림이 전혀 없다. 오전 일찍 발 앞으로 물이 받칠 때 두어 번 바늘 걸림이 생긴 게 전부다. 심심해질 만하면 크릴미끼를 끼워서 고등어 손맛을 보고는 다시 풀어줬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됐다.
12:10
냉장고 같이 차가운 갯바위에서 딱딱해진 도시락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따끈한 라면이 생각나지만 혼자 갯바위 나올 때는 최대한 짐을 줄여서 나오는 편이라 오늘은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려고 한다. 무엇보다 발판이 뭘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밥을 먹다 텅 비어있는 바칸을 보니 실망할 아들 얼굴이 생각난다. 2주 전 출조에서도 감성돔은 못 잡았는데 씨알 좋은 쏨뱅이 몇 마리 잡아가서 회맛을 보여줬더니 은근히 아빠가 고기 잡아오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낚시하러 다니기 수월해졌지만 고기를 못 잡아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큰일이군. 차가운 도시락을 먹느라 얼얼해진 입을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씻어내고 먹은 자리를 정리한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가득하다. 갯바위를 다니다 보면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전혀 안 보일 정도로 깨끗한 갯바위가 있는가 하면 태풍이 지나간 분리수거장처럼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는 갯바위가 있다. 낚시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쓰레기를 주워서 비닐에 담았다. 어쭙잖은 정의감도 아니고 버린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낚시를 하다 보면 바다에 많은 채비를 흘리게 된다. 밑걸림에 바늘도 흘리고 봉돌도 흘리고 에기도 흘린다. 그게 바다생물을 위협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그런 쓰레기를 청소하는 다이버분들을 보게 됐다.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는 아니지만 취미활동도 하면서 겸사겸사 봉사도 할 수 있어서 보람 있다고 말하는데 그 쓰레기들이 결국 내가 버린 쓰레기였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가 줍는다. 나도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다. 선순환이다. 어쩌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시민의식이나 법의 구속이 아니라 감동인지도 모르겠다.
15:00
결국 오늘도 감성돔 얼굴은 못 보고 철수시간이 다됐다. 가벼운 두 손만큼 마음도 가볍다. 돌아가는 길에 포인트 사진을 담아봤다.
칼싸움 자리로 유명한 범여섬 등대자리와 천수대 등대자리. 조황에 올라오는 감성돔은 대부분이 여기서 잡히는 듯하다.
가덕휴게소 방향에서 낚시 중이신 조사님들은 배를 타고 가신 건지 도보로 진입 가신 건지 궁금하다. 조과는?
평화로운 천성항을 떠나며 다음을 기약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