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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첫 출조 채비연습 #반유동채비 #갯바위신발

by 히트히트 2022. 10. 30.

 낚시를 가는데 최소한 채비는 할 줄 알아야 민폐는 아니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보고 감성돔 반유동 채비연습을 해봤습니다. 갯바위를 가는데 갯바위화를 준비안해서 임시방편으로 활용한 아이템은? 지난번 주차장 이야기부터 이어가겠습니다.

 

허락보다는 용서가 쉽다더라

 집 주차장에 도착해서 뒷자석에 있는 낚시장비를 꺼내는데 익숙한 불안감을 느꼈다. 마치 엄마에게 보여줘야할 성적통지서를 손에 쥔 초등학생처럼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용돈으로 무얼 사든 잔소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 사람이 낚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평소 병적으로 청결에 집착하는 성격으로 미루어봤을 때 집에서 생선 비린내가 조금이라도 난다면 낚시를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고기를 잡아 온 다음에 벌어질 일이었고 지금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자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일단 저녁을 먹으면서 집사람 칭찬을 많이 해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출조 계획을 알리는거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오늘따라 7살 아들이 뛰쳐나와 반겨준다.

"엄마, 아빠가 뭐 사왔어!"

 

 이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집사람 기분이 어떤지 알수가 없는 상태에서 낚시라는 말을 꺼내야한다니. 왜 집사람에게 미리 이야기를 안했을까.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어느 새 현관으로 나온 아내는 두 손에 요리용 장갑을 낀 채 집도중인 의사를 연상시키는 자세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싸늘하다. "여보, 그게 뭐야?". "사실은 J가 있잖아..." 사연(?)을 들은 집사람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쿨한 반응이다. "그래서 토요일 몇 시에 출발하는데?" 새벽 두시라고 말하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운전 조심하라고 말하고는 손 씻고 얼른 식탁에 앉으라고 말하며 주방으로 돌아선다. 오늘따라 집사람이 예뻐보인다. 

 

 저녁을 먹으면서 미리 준비했던 칭찬을 자연스럽게 흘렸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아내는 산거 한번 보자고 멍석을 깔아준다. 그 말에 신이 나서 철딱서니 없는 아이처럼 낚싯대를 꺼내들고 폼을 잡았다. 릴시트에 릴을 결합해서 낚시하는 시늉을 하는 내가 우스운지 집사람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얼마주고 산건지 물어본다. 가볍게 던질 말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부남들은 그 속에 숨겨진 뜻을 본능적으로 간파했을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낚싯대 릴 합쳐서 12만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 속에 감겨있는 원줄이나 소품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는 관심밖인듯 눈빛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아무튼 그렇게 용서같은 허락을 받아내고 들뜬 마음으로 J에게 컨펌문자를 보냈다.

 

 출조 이틀 전, 집에서 할일을 마치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은 J가 일러준 대로 유튜브를 보면서 채비연습을 하려고 한다. 초보는 반유동 채비만 알면 된다고 해서 유튜브에서 반유동 채비를 검색했다. 운용 방법이 단순하면서도 감성돔이 사는 바닥층을 노릴 수 있는 최적의 채비라고 한다. 원줄을 어느정도 풀어서 반달 구슬을 끼워넣다가 시력이 많이 나빠진걸 느끼고는 옆에 있는 안경을 쓰고 채비를 해본다. 유튜브에서 설명하는 순서대로 끼워넣으니 생각보다 간단하다.

 

감성돔 반유동 채비, 그 원리의 이해

 채비할 때 각 부품들을 사용하는 이유와 원리를 이해하면 채비순서를 햇갈리는 일이 없어서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반달 구슬 - 먼저 원줄에 반달 구슬을 꿰어줍니다. 나중에 수심을 고정할 수 있게 면사매듭을 할건데 반달 구슬이 없으면 면사매듭이 찌구멍을 그대로 통과해서 전유동이 돼버립니다. 작은 소품이지만 면사매듭을 잡아줘서 수심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구멍찌 - 다음은 구멍찌를 꿰어줍니다. 부력을 잘 맞춘 구멍찌는 낚시줄 끝에 달린 미끼 주변의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 기 역할을 합니다. 이 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그 날의 조과가 달라집니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구멍찌는 1호 구멍찌이고, 0.5, 0.8, 1, 1,5, 2 정도만 준비하셔도 감성돔을 잡는데 부족함은 없습니다.
  3. O형 쿠션고무 - 다음은 O형 쿠션고무를 꿰어줍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다음에 꿰어줄 수중찌와의 충격을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 하는 고무입니다. 이 고무가 없다면 캐스팅이나 챔질과 같이 격한 움직임이 있을 때 금속제의 수중찌가 나무로 만든 구멍찌의 도장을 손상시켜 바닷물이 침투해 부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4. 수중찌 - 다음은 구멍찌의 부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수중찌입니다. 수중찌의 호수는 일반적으로 구멍찌의 호수와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감성돔 낚시는 잡어들의 공격을 피해서 미끼를 바닥까지 내리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물속 저항을 적게 받는 금속제의 순간수중찌를 주로 사용합니다.
  5. V형 쿠션고무 - 다음은 V형 쿠션고무를 꿰어줍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다음에 매듭지을 도래와 수중찌와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고무입니다. O형 고무와 차이점은 모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채비가 하강할 때 저항을 줄이기 위해 V자로 만든걸까요? V쿠션이 없다면 O형쿠션을 사용해도 될거 같습니다.
  6. 도래 - 원줄과 목줄을 연결하는 도래입니다. 원줄로 도래매듭을 지어주면 차례로 꿰어놓은 채비가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호수가 커질수록 사이즈가 작아지며 8호나 10호 도래를 사용합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감성돔을 걸었을 때 도래가 터지는 일은 없으므로 매듭하기 편한 사이즈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7. 목줄 - 도래 남은 구멍에 목줄을 묶어줍니다. 목줄은 원줄보다 약하게 준비해서 채비를 보호합니다. 목줄 호수는 원줄이 3호라면 2호, 원줄이 2.5호라면 1.75호를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감성돔 입질이 예민한 날에는 목줄 호수는 내리기도 하고, 여쓸림이 심한 포인트는 목줄 호수를 올리기도 합니다. 1.75호, 2호 먼저 사용하면서 '아 이럴때 목줄이 터지는구나', '아 입질이 예민하네 목줄 호수를 내려볼까'  하고 경험치를 쌓아가시면 됩니다.
  8. 바늘 -  감성돔바늘과 목줄을 매듭지어 줍니다.  감성돔 바늘은 3호를 기본으로 사용합니다. 저는 감성돔 바늘을 2~4호까지 준바했습니다. 깐새우나 보리새우처럼 큰 미끼를 사용하지 않으면 5호 바늘은 필요없습니다. 내만권에서만 감성돔 낚시를 하기 때문에 가을시즌이건 영등철이건 3호 바늘에 크릴로 시작해서 상황에 따라 2호나 4호로 교체해서 사용합니다.
  9. 봉돌 - 봉돌의 기초적인 역할은 채비를 완료한 후 구멍찌에 남아있는 여부력을 최대한 없애는 것입니다. 채비에 여부력이 많이 남아있다면 감성돔이 미끼를 빨아들일 때 자연스럽지 않은 저항을 느끼고 미끼를 뱉을 수 있습니다. 봉돌을 다는 위치는 조류가 약할 때는 도래에 가깝게 달아서 미끼와 목줄이 자연스럽게 날리게 해줍니다. 반대로 조류가 강할 때는 바늘쪽에 가깝게 달아야 미끼를 원하는 수심까지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봉돌의 호수는 G2, G1, B, 2B 를 주로 사용합니다.

 J에게 직접 채비한 사진과 매듭 사진을 보냈더니 곧장 전화가 옵니다. J는 들뜬 목소리로 또 이것저것 지금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첨언을 하다 갑자기 생각난 듯 질문을 한다.

 

"야 근데 니 팰트화는 있나? 갯바위 갈려면 팰트화가 있어야 하는데..."

 

 갯바위는 미끄럽기도 하고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신발이 정말 중요하다는데 전용 신발이 없다. 등산갈 때도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 편이라 낚시도 운동화를 신고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친구 말을 듣다보니 운동화로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팰트화를 검색해봤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거잖아?'

 

 신발장 구석에 처박혀있는 낡은 운동화를 꺼내서 바닥 사이즈를 대충 가늠한 다음, 그대로 마트로 달려갔다. 주방용품코너로 가니 내가 찾던 그 물건이 딱 보인다. 운동화 바닥을 다 덮으려면 4개면 충분할거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신발 바닥을 물로 깨끗히 씻어낸다. 신문지로 물기를 제거하고 집에 있던 강력접착제를 신발 바닥에 골고루 바른다. 수세미 두장을 신발 밑창에 빈틈없이 붙인다. 신발을 신고 수세미를 꾹꾹 밟아준다. 1시간 정도 말린 후에 신발 모양에 맞게 튀어나오는 부분을 잘라서 정리해줬더니 제법 모양이 그럴싸하게 나온다.

 

 사용후기는 물기만 있는 돌에서는 미끄럽지 않았습니다만 갯바위를 걸어다니다보니 수세미 내구성이 약해 금방 너덜너덜해지고 군데군데 접착면이 떨어져서 일반 운동화보다 나은 임시방편 수준이지 절대 팰트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첫 출조를 다녀와서 낚시를 계속 할꺼라고 생각하고 제일 먼저 산 장비가 팰트화였으니까요. 넘어져서 다치고 장비가 파손되는 케이스도 많아서 신발은 제대로 된 팰트화를 구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출조일 새벽

새벽 1시 반에 집을 나선다. 잠자는 호랑이를.. 아니 집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 짐도 차에 미리 실어놨고 잠도 거실에서 잤다. 이불을 반듯하게 접어두고 이를 닦는데 속이 미식거리고 기분이 좋지 않다. 대충 눈꼽만 떼고 속을 달래려 냉수를 한컵 들이킨 후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왔다. 차에 앉아서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부팅화면에 뜨는 현재 시각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며 지금 내가 이 시간에 뭘 하려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건지 머리가 멍해진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창문을 내리니 6월의 시원한 공기가 폐속 가득 들어온다. 날숨에 나빴던 기분을 모조리 내 뱉어버리기라도 한 듯 입가에 웃음을 띄며 주황신호만이 살아서 깜빡이는 새벽의 4차선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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