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J와 거제도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J가 사는 동래구 아파트에 도착하니 이미 차에 짐을 실어놓고 대기중이네요. J의 차가 있던 자리에 제 차를 주차하고 짐을 옮겨 실었습니다. 능포까지는 1시간 16분이 걸리네요. 그럼 2022년 12월 3일 감성돔 낚시 출발합니다.
낚시로 친해지는 친구, 낚시로 멀어지는 친구
J하고는 부산 신라대학교 03학번 동기입니다. 대학에서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누구를 통해서만 만나게 되는 친구.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고 한 다리 건너서 만나게 되는 친구. 어렸을 때부터 술마시고 욕하고 싸우다 친해진 친구와는 또 느낌이 다릅니다. J와 친해지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뿐이었습니다. J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노는 무리들이 달랐던거죠. 결혼하고 진짜 어른이 돼서 친해지는 친구는 약간은 격식을 차리게 되네요. 가장이 되고 술을 멀리하다보니 20대 때 술 마시며 놀던 친구들과는 사이가 멀어지고 이렇게 취미가 맞는 친구와 어울리게 되네요. 대학동기 계모임에서도 J와 둘이서 낚시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낚시를 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불혹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들 낚시에 대한 뚜렸한 자기주관을 이야기하더군요.
- 집 나가면 고생이다 집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하자
- 낚시보다는 등산이 안 낫나? 가족들이랑 같이 갈수도 있고 몸도 건강해지고
- 적당히 해라 낚시에 빠져서 이혼한 사람 여럿 봤다
- 낚시하는 사람 차를 탔는데 비린내가 진동을 하더라
- 낚싯대 던저놓고 기다리는게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
- 요즘 뉴스에 낚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난리더라 쓰레기 버리고 그러지마라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낚시를 하기전부터 낚시에 대한 로망을 가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저는 저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낚시를 하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뭐가 그렇게 재밌는건지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 낚시를 시작한 게 제 낚시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가본 갯바위 낚시에서는 꽝을 쳐서 그닥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는데 선상에서 감성돔 마릿수를 해보니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낚시를 알게 되고 또 알면 알수록 재밌어지면서 점점 중독의 길로 빠지게 됐죠. 제가 겪은 가장 심한 중독은 낚시 그 자체도 있지만 장비에 대한 중독이 가장 심했습니다. 감성돔 1호대로 시작한 낚시가 지금은 어종별로 시기별로 구색을 갖추다 보니 낚시보다 장비 사는데 더 치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루어와 두족류까지 손을 뻗쳐서 이제 집에 장비를 숨길 장소도 마땅치가 않네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낚시를 좀 더 자주 다녀보려고 합니다.
02:15 AM
중간에 낚시방에 들려서 감성돔 밑밥세트를 각각 두 셋트씩 주문합니다. 미끼는 각크릴과 옥수수만 샀습니다. 저는 경단을 잘 사용할줄 몰라서 안사는 편입니다. 바늘에 꼭꼭 뭉쳐서 내리면 제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녹아서 사라지는 것 같아요. 입질이 없어 채비를 회수해보면 항상 바늘만 올라오니까요. 밑밥을 마는 동안 낚시방을 둘러보다 다이와 스풀케이스를 하나 집어듭니다. 희안합니다. 낚시장비는 사도사도 살게 계속 생깁니다. 끝이 없어요.
거제 양지암 일대 이두암 포인트
02:45 AM
나이스낚시 앞에는 차들이 몇대 보일뿐 사람의 기척은 없습니다. 낚시방도 아직 오픈전이네요. 차에서 내려서 찌뿌둥한 몸을 풉니다. 스트레칭을 좀 하고 있으니 선장님이 오시네요. 그제야 사람들이 차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차례차례 승선명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작성하고 기다립니다. 옆에 계시던 시마노 파이어블러드 동계복을 입은 조사님이 어느 포인트 내릴거냐고 물어보시네요. 우리는 여기 처음와서 그냥 내려주는 곳에서 낚시할거라고 말하고는 어느 포인트가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3시 첫배라고 알고 왔는데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조금 더 기다렸다 출발한다네요. 기다리는 동안 낚시방 앞에서 밑밥을 주문하는 조사님들도 계시고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이는 조사님도 계시네요. 저도 차가운 새벽공기에 10반정도 서 있었더니 한기가 들어 차에 다시 들어갑니다.
03:15 AM
배에 짐을 싣고나니 지체없이 출발합니다. 차가우면서 습기 가득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네요. 기다란 능포방파제를 우측으로 돌아나가니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2물이라 바다가 잠잠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울이 심하네요. 출렁이는 파도에 갯바위에 하선하는 조사님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역시 바다는 나가보기 전까지 알 수가 없네요. 저희가 내린곳은 이두암 갯바위입니다. 수심은 가까운 곳 10~11 미터 먼곳은 16미터까지 나오고, 물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를때 입질이 많다고 합니다. 곧 만조시간이라 가까운 곳부터 노리다가 날물에 맞춰서 장타로 노리면 되는 포인트라고 하네요.
03:30 AM
캡라이트를 켜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리저리 불빛을 비춰 발판을 확인합니다. 뾰족뾰족 솟아있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다행이 미끄러운 곳은 없네요. 뒷쪽 갯바위 벽에 짐들을 붙여서 놔두고 채비를 준비합니다. J는 뜰채부터 꺼내면서 갯바위에 오면 항상 뜰채를 제일 먼저 펴놔야 한답니다. 역시 감성돔 4짜 조사는 다르네요. 저는 먼저 바칸에서 밑밥통을 꺼내서 검은봉지에 든 밑밥을 붓고 단단히 다져줍니다. 그리고 주걱꽃이랑 미끼통을 설치하고 두레박으로 바닷물을 퍼다가 주걱꽃이에 부어주고 바칸에 물부터 채웁니다. 바칸에 바닷물을 채웠는데 꽝치고 집에 가서 바칸을 씻는 억울한 경험을 한 사람은 저만이 아니겠죠? 특히나 집사람이 화장실을 지나가다 보고
"물은 머할라 담았노?"
이러면 면목도 없고 짜증도 나고 그럽니다. 그래서 한번은 물을 안담아 놓고 낚시를 시작한 적이 있는데요. 감성돔을 한마리 잡고 바칸에 넣은 다음 물을 채워넣고 기포기를 틀고 다시 캐스팅을 하기까지 5분이 걸리더군요. 문제는 그 이후로 한동안 입질이 없었다는겁니다. 감성돔이 보통 두 세 마리나 그 이상으로 무리지어 다니는 고기라 한마리가 잡히면 연달아 잡히는게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질이 오면 그 지점에 밑밥을 계속 뿌려서 고기가 머무르게 해줘야 하는데 그 시간에 바칸에 물을 퍼담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 날 이후로는 무조건 바칸에 물부터 담습니다. 물론 고수님들은 살림망을 사용하시겠죠? 물을 절반정도 채워주고 채비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채비
- 아만다 골든폭스 1-500
- 하이퍼포스 C3000 LBD릴
- 원줄 선라인 2.5호 세미플로팅
- 찌스 1호 전자찌, 1호 순간수중찌
- 8호 도래
- 면사매듭
04:15 AM
도래까지만 연결해서 5B 봉돌을 물리고 수심부터 재보라고 J가 말합니다. 그런데 봉돌을 G2~3B까지만 챙겨왔네요. 5B는 참돔용이라 생각하고 채비통에서 뺐거든요. 대충 3B봉돌 2B봉돌 두개를 달면 되겠지 생각하고 봉돌을 꺼내서 답니다. 면사매듭을 15M 깊이로 고정하고 30M정도 캐스팅을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찌가 잠기질 않네요. 수심 15M가 안나오는가 싶어서 J가 던진 전자찌를 쳐다보니 물 아래 제법 잠겨 있네요. 수심을 얼마로 맞췄는지 물어보니 15M로 맞췄다고 합니다. 비슷한 위치에 던진거 같은데 뭐가 문제지 하고 채비를 회수합니다. J는 제가 봉돌 물린걸 보더니 2B, 3B를 합쳐도 5B보다 가볍다고 하네요. 왜죠? 낚시에서 2+3은 5가 아니란 말인가요. 그럼 저런 숫자는 도대체 왜 붙인겁니까! 봉돌의 무게 단위 (B + B = 2B가 아니다?)
하지만 제 전자찌가 가라앉지 않은 진짜 이유는 첫 번째, 전자찌는 원래 여부력이 크다. 두 번째, 목줄과 바늘, 그리고 미끼를 안달았기 때문에 그만큼 여부력이 더 생겼다. 결국 어영부영 하다 지형파악은 커녕 수심체크도 제대로 못하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무장님 말씀을 믿으니까요! 후훗
05:10 AM
만조가 지나고 초날물이 시작됩니다. 어느새 먼 곳 하늘부터 밝아오면서 일렁일렁 흔들리는 바닷물이 역광을 반사하기 시작합니다. 전자찌로 입질을 한번 받았는데 10cm 정도 되는 쏨뱅이가 한마리 올라오네요. 쏨뱅이는 물이 차가워지면 잡히는 고기라고 합니다. 지난 주까지 수온이 16도에 머물렀는데 어제 오늘 갑자기 수온이 14도까지 내려가버려서 조황이 안좋을수도 있다고 합니다. J는 갑자기 내려간 수온에 감성돔들이 움츠려들어 입질이 예민해지거나 아예 먹이활동을 안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왠지 밑밥까는거 같기도 하지만 낚시에 정답은 없는거니까요. 조금더 채비를 예민하게 쓰기 위해 전자찌를 떼고 1호찌 셋팅을 합니다. 항상 쓰던찌라 여부력을 알고 있어 도래쪽에 2B봉돌을, 바늘 위 1미터 지점에 B봉돌을 분납해서 달아줍니다. 목줄은 3미터로 시작했습니다. 날물이 시작되면서 물이 왼쪽으로 흐릅니다. 캐스팅 직후는 찌가 천천히 왼쪽으로 흐르다가 채비가 안착되니 속도가 빨라집니다. 아무래도 속조류가 왼쪽으로 강하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턱에 걸리는 느낌도 없이 계속 흘러나가네요. 흘러나가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포인트 우측으로 멀리 캐스팅해서 횡으로 길게 흘려야겠어요. 수심을 제대로 맞추긴 했는지 쏨뱅이랑 용치가 자꾸 잡히네요. 가끔 미역치도 올라옵니다. 미역치는 가시에 독이 있어서 찔리면 매!우! 아프다고 합니다. 크릴새우를 미끼로 시작해서 옥수수도 사용해봤지만 감성돔 입질은 전혀 없네요. 감성돔이 안 들어온걸까요? 아님 발 앞에 두고도 못 잡는 걸까요? 결국 날물이 끝나 간조가 될때까지 감성돔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밑밥도 많이 남았고 들물을 한번 노려보자 싶어서 챙겨온 김밥을 먹으면서 기력을 보충합니다. 밥먹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각자 결혼생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하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집사람이 고기 잡은거 보여달라고 카톡이 와서 오늘 고기가 오후에 온다고 연락왔다고 드립을 시전하면서 오후낚시까지 승낙을 받아냅니다. 이제 심기일전 해서 다시 시작해봐야죠.
01:40 PM
간조라 수심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최대한 멀리 캐스팅 해도 수심이 13M 정도 되는거 같네요. 찌는 가만 멈춰있다가 오전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왼쪽으로 흘러가던 찌가 자물자물 잠기네요. 입질인가 싶어 챔질을 하는데 묵직하게 걸리는게 느껴집니다. 감성돔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 감아올리는데 밑걸림이네요. 그런데 찌는 왼쪽으로 흘러갔는데 밑걸림은 발앞에서 생겼습니다. 아마 속조류는 안으로 받치고 겉조류만 왼쪽으로 흐르는 거 같네요.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밑걸림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입질은 없는데다가 찌는 왼쪽으로 흘러가지만 속 채비는 계속 발앞으로 흘러와서 걸리는데 어느 지점에서 채비를 회수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걸린 채비를 회수하려다가 원줄이 따개비에 계속 걸리는 통에 낚시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감성돔을 기다리면서 밑걸림을 계속 극복한다는 게 초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예 오른쪽 홈통쪽으로 낚시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고 미련이 계속 남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날은 별다른 조과를 올리지 못하고 철수시간이 30분 남아 채비를 정리했습니다. 수온이 내려가서 그런지 주변 갯바위에서도 히트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고 오늘 횟집에 감성돔이 남아나질 않겠다고 농담을 치면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낚시할때는 갯바위 청소를 대충 했습니다. 하지만 낚시를 계속하면서 선상낚시를 가면 너무나 쉽게 담배꽁초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갯바위에 내리면 전에 이용했던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에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천성항 방파제 쓰레기 무단투기 뉴스를 봐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낚시문화가 좀 바뀔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낚시를 하면서 바다의 자원을 이용하는 만큼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겨서 청소를 더욱 깨끗하게 하게 됐습니다.
평소 별로 친하지 않던 J와 낚시로 뭉쳐서 동출을 하면서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낚시에 집중하다 보니 어색할 세도 없이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었고, 침묵이 이렇게 자연스러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감성돔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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